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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사망원인 판례 247]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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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89
내용

[자살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사망원인 판례 247]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154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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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1549 판결 [살인(예비적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기] [2017,1417]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필요한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증명 정도

 

[2]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인 범행의 동기를 인정할 때 유의할 사항 / 금전적 이득이 살인의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는 경우

 

[3] 피고인이 피해자 갑과 혼인한 후 피보험자를 갑,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였다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승합차 조수석에 갑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갓길 우측에 정차되어 있던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피고인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고의로 추돌시키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갑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주위적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고의로 갑을 살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2]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클수록 더욱 강한 동기로 작용하여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러나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해 동기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다른 간접사실들의 증명 정도와 함께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금전적 이득만이 살인의 범행 동기가 되는 것은, 범인이 매우 절박한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모면하려고 시도할 정도라거나 범인의 인성이 원래부터 탐욕적이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범죄적 악성과 잔혹함이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증오 등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치정 등 피해자를 살해할 금전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금전적 이득은 오히려 부차적이거나 적어도 금전 외적인 이유가 금전적 이득에 버금갈 정도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살인의 동기로서 수긍할 정도가 된다. 더구나 계획적인 범행이고 범행 상대가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에는 범행이 단순히 인륜에 반하는 데에서 나아가 범인 자신의 생활기반인 가족관계와 혈연관계까지 파괴되므로 가정생활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감내하고라도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유발 동기가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3] 피고인이 피해자 갑과 혼인한 후 피보험자를 갑,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였다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승합차 조수석에 갑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갓길 우측에 정차되어 있던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피고인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고의로 추돌시키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갑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주위적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졸음운전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으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의문을 떨쳐내고 고의사고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충분하다거나 그러한 증거들만으로 살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종합적 증명력을 가진다고 보기에는 더 세밀하게 심리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도, 피고인에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살인의 동기가 존재하였는지,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사고 당시의 상황이 고의로 유발되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에 대한 치밀하고도 철저한 검증 없이, 피고인이 고의로 갑을 살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27조 제4, 형법 제250, 형사소송법 제307, 308/ [2] 형법 제250, 형사소송법 제308/ [3] 형법 제13, 250조 제1, 형사소송법 제307, 308, 325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10895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1902 판결(2011, 1352),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231 판결(2012, 1367)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홍훈 외 4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35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참고자료 및 탄원서의 각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231 판결 등 참조). 한편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1089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2. 원심은, 원심에서 변경된 부분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 피고인은 2008. 1. 21. ○○○○ 국적의 피해자(, 24)와 혼인하였다. 피고인은 2008. 6. 20.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한화생명 무배당 유니버셜CI보험에 가입하고, 2014. 6. 5.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최대 약 31억 원에 달하는 삼성생명 플래티넘 스마트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4년경까지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우체국 등 11개 보험회사에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25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그 각 보험의 보험료로 매달 합계 약 360만 원을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7년경부터 위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계약대출 및 중도인출로 합계 316,924,020원을 교부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보험계약에 따라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지점에서 자신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차량등록번호 1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로 운행하면서 5차로 도로 우측 비상정차대에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등록번호 2 생략) 8t 화물차가 정차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 스타렉스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위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고의로 추돌시켜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 피고인은 2014. 8. 23. 11:06경 천안시 동남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대학교 병원에서 전화로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의 고객센터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사고 접수를 하고, 2014. 8. 29.경 충남 금산군 (주소 2 생략)에 있는 외과에서 위 피해자 회사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보험금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의 과실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이 피고인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었다. 피고인은 그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2014. 9.경부터 2014. 12.경까지 공소외 1에 대한 합의금, 위 화물차 수리비, 피고인의 치료비로 합계 10,757,440원을 피고인 대신 지급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금원 상당의 지급을 면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3.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 등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과 관련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지점의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를 따라 피고인이 운전하던 스타렉스 승합차의 전면 우측 68% 부분이 우측 도로변 비상정차대에 정차해 있던 8t 화물자동차의 후미 좌측 부분에 추돌하여 위 승합차가 직접 추돌한 전면 우측 68% 부분이 화물자동차의 적재함 아래로 파고 들어가면서 화물자동차 적재함 후미 끝부분이 승합차의 앞좌석 부근까지 밀려 들어온 상태에서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임신 7개월 상태로 승합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처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고,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 피고인을 수익자로 한 여러 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었다는 점이다.

 

피고인은 최초 경찰 수사단계부터 일관되게 졸음운전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낸 것이지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사고 발생 당시의 정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사고 지점 반대편 상행선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영상 외에는 사고 발생 이후의 현장상황이 있을 뿐이다.

 

. 살인의 동기에 관하여

 

1)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있어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하면 약 9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이 언제나 살인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보험에 가입한 이유 등이 무엇인지,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이 궁핍하였는지 등과 상관없이 사회통념상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거액의 보험금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한 가장 주된 동기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클수록 더욱 강한 동기로 작용하여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쉽게 속단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들이 존재하므로 원심 판시와 같이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해 동기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원심이 고의사고의 논거로 든 다른 간접사실들의 증명 정도와 함께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한편 금전적 이득만이 살인의 범행 동기가 되는 것은, 범인이 매우 절박한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모면하려고 시도할 정도라거나 범인의 인성이 원래부터 탐욕적이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범죄적 악성과 잔혹함이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증오 등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치정 등 피해자를 살해할 금전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금전적 이득은 오히려 부차적이거나 적어도 금전 외적인 이유가 금전적 이득에 버금갈 정도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살인의 동기로서 수긍할 정도가 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계획적인 범행이고 범행 상대가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에는 그 범행이 단순히 인륜에 반하는 데에서 나아가 범인 자신의 생활기반인 가족관계와 혈연관계까지 파괴되는 것이므로 가정생활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감내하고라도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유발 동기가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4)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처를 살해하였다는 원심 판시의 범행 동기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이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산이 부채를 상당한 정도로 초과하는 재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재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채나 악성 부채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뚜렷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생활용품점의 부가가치세 신고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생활용품점의 신용카드 등 카드 매출은 20% 안팎에 불과하고 현금거래가 대부분이었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 종전보다 영업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월 수익이 900~1,000만 원 정도는 되었고, 생활용품점 수익 외에 매월 대여금 이자 500만 원, 자판기 수입금 120~150만 원 등 부수적 수입이 있어 보험료 및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수입에 관한 진술이 수사기관 이래 일관된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의 위 진술은 생활용품점 종업원으로 일하였던 공소외 3이나 피고인으로부터 32,900여 만 원을 차용한 공소외 4의 각 진술과도 일부 부합한다.

 

기록상 이 사건 전후로 피고인이 다른 사업 등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여 특별한 자금 수요가 있었다거나 유흥비나 도박자금 등 절박하고 화급하게 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이사항이 드러난 것은 없다.

 

피해자의 사망으로 피고인이 수령할 보험금 합계액이 95억 원 정도에 이른다고 하나, 그중 54억 원 정도는 일시금이 아닌 정기금으로 지급받는 것이고, 피고인 단독이 아니라 피해자의 다른 법정상속인과 함께 지급받도록 되어 있는 것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은 이 사건 사고에 임박한 때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9건까지 꾸준히 가입하였고, 그중 순수하게 재해사망을 보장 목적으로 하는 보험은 3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재해사망 외에 질병사망, 질병치료, 수술비용, 암 진단 및 치료, 부인질환 등 다른 보험사고도 함께 보장하는 것이거나 연금보험, 의료실비보험 등이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 외에도 중도 해지된 것까지 포함하면 1999. 4.경부터 이 사건 사고 무렵까지 피고인 본인을 피보험자로 한 59, 부친 공소외 5를 피보험자로 한 3, 모친 공소외 6을 피보험자로 한 4, 큰딸 공소외 7을 피보험자로 한 15, 작은딸 공소외 8을 피보험자로 한 12, 이혼한 전 배우자 공소외 9를 피보험자로 한 2건 등 자신과 위 피해자 이외의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각종 보험에 다수 가입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인은 이와 같이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게 된 이유를 보험설계사들의 계속된 권유, 과거 모친이 수술하면서 가입해 둔 보험의 혜택을 본 경험, 피해자와 혼인 및 출산 후 보험의 필요성을 느껴서라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던 보험설계사 공소외 3,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등은 피고인의 성격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여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였다고 하고, 처음에는 거절하다가도 다시 방문하면 가입을 해주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 운영하는 생활용품점에서 보험영업에 필요한 기념품, 선물 등을 자주 구입하여 그 기회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관련자들의 진술은 보험 가입 동기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와도 상당 부분 부합한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은 적게는 1,000만 원부터 6,000~7,500만 원, 1~2억 원 등으로 다양하고 고액으로 약정된 것은 2008. 6.경 가입한 42,000여만 원, 2011. 9.경 가입한 276,000여만 원, 2013. 3.경 가입한 83,600만 원, 그리고 가장 금액이 많고 가입 시기도 이 사건 사고일에 근접하여 범행과의 연관성을 의심해 볼 만한 것으로 사고 두 달 보름 전인 2014. 6. 5. 삼성생명에 가입한 변액유니버셜보험이 있고, 이는 사망보험금이 309,000만 원, 월 보험료가 495,000원이나 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그 보험 가입을 권유하여 성사시킨 보험모집인 공소외 12, 2011년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연금보험에 처음 가입하게 한 후 그 무렵부터 계속하여 다른 보험 상품에도 추가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다가 2014. 4.경부터 2014. 5.경까지는 수십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고, 팀장 공소외 133~4, 영업소 대표 공소외 142회 정도 찾아가 결국에는 보험에 가입시켰으며,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 나이 차이가 있고 태어날 아이까지 포함하면 자녀가 3명이므로 장래에 납입보험료를 중도 인출하여 학자금이나 생활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유하면서 피해자가 65세가 되면 연금보험으로 전환하여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도 설명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 가입도 권유하였으나 피고인은 자신 명의로 가입된 보험이 이미 많고 보험료도 6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며 가입을 거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무엇보다도 공소외 12는 피고인에게 사망보험금이 30여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설명한 적이 없고 보험금 총액이 그 정도인지 본인도 생각조차 못했으며 사망 시 일시금 15,000만 원과 65세까지 매월 600만 원씩 연금 형태로 지급된다는 사실만 설명하였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그 보험금을 일시금으로 환산하여 지급받을 경우 30여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 나아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살인 범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위 보험에 가입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 사고 당시 부담한 월 보험료가 400여만 원에 이르기는 하나, 피고인 본인 및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의 월 보험료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월 지출한 총 보험료가 800~9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 이후로 위 각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피고인 명의의 계좌 등에 나타난 입출금 내역 등을 살펴보아도 매월 납입하여야 하는 보험료 때문에 피고인에게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압박이 있었다고 볼 만한 현금 흐름의 어려움이나 유동성의 부족 등 이상 징후는 엿볼 수 없고, 위 기간 동안 보험료 납입을 제때에 하지 못하여 다수의 보험계약이 일시에 실효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농협, 신용협동조합, 우체국에 각 1개씩의 예금계좌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합계 잔고가 600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그 밖에 적금, 펀드 등 다른 저축 수단이나 금융 수단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보험 가입 후에는 보험계약대출, 보험료 중도인출 등을 활용하여 필요에 따라 수시로 돈을 이용하고 다시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보험료를 계속 적립하는 등으로 보험을 예금이나 적금과 유사한 금융거래 수단으로 활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보험을 순수한 사고나 질병 대비 또는 연금 목적으로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수입 중 일부를 저축하고 자금을 대출받아 사용하는 일종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2회에 걸쳐 임신중절을 한 바 있으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임신 중이었던 태아에 대해서도 임신중절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병원에서 낙태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하여 출산하기로 하였고, 특히 태아가 남자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좋아했다는 것이며, 피고인은 2014. 5. 9.경 위 아이를 위해 2건의 태아보험에 가입하기도 하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아이의 출산 문제를 놓고 의견 대립이나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피해자가 혼인 직후인 2008년경 시부모와 동거하면서 시어머니와 사이에 고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분가한 이후로도 갈등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정황은 엿볼 수 없고, 피고인이 처가에도 비교적 잘하는 편이어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둘러싼 가족관계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부부관계에 여느 부부와 달리 특별한 문제나 갈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에게 다른 여성과의 불륜 등 이성 문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피고인에 대한 지능검사 및 심리테스트결과, 재범의 위험성 평가결과 등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유형의 지능적이고 악랄한 살인 범죄를 저지를 만한 심리적, 정서적 위험 요인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의 범죄전력 역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이 없어 그로부터 피고인의 범죄성 내지 반사회성을 추단하기도 어렵다.

 

5) 위와 같은 여러 사실관계 및 사정으로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2008년 결혼 이후 6년여 동안 두드러진 갈등 없이 비교적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만 3세의 딸을 두고 있고, 더구나 전처 소생까지 포함하여 슬하에 딸밖에 없다가 임신된 태아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하였던 피고인이 특별히 경제적으로 궁박한 사정도 없이 고의로 자동차 충돌사고를 일으켜 임신 7개월인 피해자를 태아와 함께 살해하는 범행을 감행하였다고 보려면 그 범행 동기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 시 막연히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는 사정 외에도 피고인이 보험을 가입한 이유 내지 동기,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는 물론 피고인과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에도 다수 가입하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피고인이 가입한 대다수 보험의 계약 및 보장 내용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한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에게 귀속될 보험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피고인의 실질적 수입 내역과 생활비 등 지출 규모, 가계의 재정운영 상태 등 경제적 형편과 상황에 비추어 보험료 부담을 감당할 만하였는지, 피고인이 예금이나 적금 등 통상적인 저축 수단은 거의 보유하지 않은 채 보험 상품에 집중하여 자금을 운용한 경위,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험약관대출 및 중도인출을 받아온 경위 및 이를 통하여 마련된 자금의 구체적 용도, 중도인출 등이 보험계약의 유지에 미치는 효과,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 중 단순 보장성 보험을 제외한 예금·적금 같은 저축성 기능을 수행하던 보험의 건수, 가입금액, 전체 보험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 피고인이 매월 납부한 보험료 총액 중 저축성 기능을 수행하던 부분을 제외한 순수한 비용 지출로 볼 수 있는 실질 부담액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살펴 피고인의 보험가입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경제적 이유나 그 밖의 금전 외적인 이유가 존재하는지를 함께 살펴 피고인이 오로지 보험금만을 목적으로 이 사건 살인 범행을 감행하였다고 볼 만한지 등 범행 동기 부분을 좀 더 분명히 밝혀보았어야 할 것이다.

 

.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1) 원심은, 피해자가 사망하면 피고인은 좀처럼 보기 힘든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는데다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여겨질 수 있는 방법으로 사고를 고의로 유발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사고와 같은 방식의 범행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거나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하였다면 여러 가지 범행방법을 궁리했을 수 있다. 그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고려사항은 우선 그 범행으로 피해자가 확실하게 사망하는 결과가 달성될 수 있어야 하고, 우발적으로 갑자기 살해의사가 발동된 것이 아니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교통사고로 위장하고자 하였다면 범행장소나 실행방법을 사전에 탐색하는 등의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범죄의 실행과정에서 피고인 본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있는 범행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특히 보험금 등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 범행에서는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범행이 발각될 우려를 감소시킬 것까지 염두에 두고 고도의 계산을 하여 사고로 위장하였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지만, 피고인 본인에게 미칠 위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 경험칙상 쉽게 그러한 범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3)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의 범행방법에는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경험칙상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원심 판시와 같이 단지 이득이 큰 만큼 큰 위험도 감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경험법칙이나 논리적 정합성 측면에서 쉽게 이해되지 아니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이 사건 사고는 시속 60~70km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대형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정면으로 추돌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방법으로는 결과에 대한 예측 및 통제 가능성의 측면에서 쉽게 감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가 도로 우측에 정차 중인 차량의 뒷부분을 조수석 쪽만 부딪치도록 정확히 맞추어 추돌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뿐만 아니라, 의도대로 조수석 쪽만 추돌되도록 맞추더라도 그런 정도의 속도로 정면 추돌을 하면 운전석에 탄 피고인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범행방법을 택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 사건 사고 결과 피해자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큰 상해를 입지 않기는 하였으나, 그 결과만을 놓고 이 사건 범행방법에 내재된 객관적 위험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차량은 공차 중량이 2t 정도의 그랜드 스타렉스 승합차이고, 이 사건 화물차량은 적재중량 8t의 초장축 특장차로서 대형 화물적재함이 설치된 차량이다.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뒤쪽 좌석 및 적재함에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생활용품이 가득 적재되어 있었으므로 대형 화물차량과의 충돌로 인한 충격의 정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차량의 크기 및 높이의 차이 때문에 승합차가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빠른 속도로 정면 추돌하면 승합차는 화물차량의 적재함 아래쪽에 끼게 될 수 있고, 실제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차량은 조수석 전부 및 운전석의 오른쪽 일부가 전면 유리창과 차량 지붕이 맞닿은 부분까지가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쪽으로 밀려 파고 들어간 상태에서 정지하였고, 이 사건 차량의 엔진룸이 크게 뒤로 밀리는 형태로 파손되었으며, 차량 앞쪽의 엔진 구조물 및 플라스틱 대시보드, 운전대 등 조향장치 부분도 파손되어 운전자 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피고인은 사고 후 운전석으로 밀려 들어온 차량 구조물 등에 다리 등 신체 일부가 끼어 차량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태로 있다가 견인차량 및 119구급대가 도착하여 그 구조물을 강제로 절단한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사건 차량 앞쪽의 직접 추돌 부위는 전면 유리창 상단을 기준으로 우측 약 68%2/3 정도에 해당하는데다가 피고인이 부상을 입은 부위도 목 늑골, 대퇴부, 슬관절 등으로 경동맥이나 대퇴동맥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에 가까운 점 등을 감안하면, 그 범행방법이 피고인의 신체나 생명에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만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충돌 부위 및 속도를 미리 조절하여 사고의 결과를 예측한 상태에서 사고상황을 적절한 정도로 통제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사고 당시 피고인은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워 자고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상태에서 피해자를 확실히 사망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추돌을 하면서도, 피고인은 치명적인 위험에서는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범행을 결행한다는 것은 그 무모함의 정도가 통상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원심은 운전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과 같은 정면 추돌을 하는 것만이 피해자만 희생되고 피고인은 생존할 수 있는 운행방법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차량 충돌 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다양하여 그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여 통제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보이고, 충돌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 역시 미리 가늠하기 어려워 자신의 생명은 온전히 보전한 채 안전하게 추돌할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또한 피고인의 운전 능력이 원심이 정면 추돌의 근거로 들고 있는 운전경험상의 직감을 인정할 만큼 숙달된 정도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거니와 보통의 운전자이면 그러한 직감을 한다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할 경우에도 이 사건 사고의 경우처럼 매우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대형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곧바로 추돌사고를 일으켜 범행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면서 적절한 범행장소를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계획적인 범행 수법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면, 사고지점에 이르기 전 마지막 커브구간을 돌아 우연히 갓길에 정차한 이 사건 화물차량을 발견하고 불과 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순간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 사고를 내었어야 하는데, 이는 미리 작심하고 범행하려는 범인이 택하는 범행방법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

 

수사기관에서도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적, 피고인 및 가족의 노트북과 휴대폰 등 정보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가택 및 영업점에 대한 범행 관련 자료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계획, 준비 행위와 관련된 단서 확보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범행방법을 포함하여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충돌방법을 연구하였다는 등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기록상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나 생명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 사건과 같은 추돌사고를 일으킬 만큼 극단적인 위험부담을 떠안을 만한 성품을 지녔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4) 이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선택한 범행방법은 매우 짧은 시간에 범죄의 실행을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고 추돌 대상 화물차량을 발견한 것도 상당히 우연적인 것으로 보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살인을 교통사고로 위장할 의도로 이 사건과 같은 범행방법을 선택하였다고 보려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인의 운전 경력 내지 경험에 따른 운전 능력을 살피는 외에도 피고인 운전의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을 비롯한 정차해 있는 대형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시속 60~7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정면 추돌할 경우 설령 조수석 쪽만 추돌하도록 조종한다고 하더라도 충돌 후 반동으로 차량이 튕겨 나가면서 운전자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이 사건 차량의 앞부분은 일반 승용차와는 그 구조가 상이하므로 화물차량을 추돌하였을 때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 정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이 사건 차량이 추돌한 것과 같은 대형 화물차량은 통상 다른 차량이 추돌하더라도 차량 하부 구조물 아래로 파고 들어와 끼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철강 구조물을 설치해 두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추돌함으로써 조수석 쪽 탑승자만 치명적 피해를 입게 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범행을 감행하는 것이 능숙한 운전자라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지, 피고인이 중한 상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의심을 피할 의도로 그러한 위험을 쉽게 감수할 정도로 무모한 성품 내지 성향의 보유자인지,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범으로서 이 사건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하려고 하였다면 피해자와 함께 ◇◇에서 서울로 차량을 운전하여 갈 때나 서울에서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이를 때까지 여러 차례 정차 중인 화물차 등 대형차량을 물색하거나 범행을 시도하려고 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보 가능한 고속도로 CCTV영상 등에 그러한 흔적이 나타나는지 등에 관하여 좀 더 심리해 본 다음, 피고인을 기준으로 한 경험칙으로 볼 때 이 사건 사고가 선택 가능한 범행방법의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 사고 전후의 상황과 관련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 약 422m 부근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점,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던 비상정차대 입구 부근에서 우조향하여 비상정차대 쪽으로 진입한 다음 다시 좌조향하였다가 우조향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이 사건 차량의 앞바퀴를 정 방향(11자형)이 되도록 하여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정면으로 추돌한 점,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는 이 사건 차량의 진행 속도에 맞도록 6단에서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되어 있었던 점, 사고 지점에 접근하면서 이 사건 차량은 앞 숙임 현상이 있었는데 이는 도로상태 등으로 보아 제동장치의 작동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큰 점,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에 커브 구간이 반복적으로 있어 졸음운전을 했다면 사고를 당할 위험이 상당하였음에도 별다른 사고 없이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렀던 점 등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졸음운전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어서 이를 보험금의 취득이라는 범행 동기와 합쳐서 보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간접사실들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나아가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를 고의로 일으켰다고 단정해도 좋을 만큼 논리칙 및 경험칙에 부합하고 과학법칙에 들어맞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심은, 기록상 나타나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여러 조사 및 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이 사건 차량 및 화물차량이 추돌 전후의 추정 위치 및 바퀴의 배열과 같은 모습으로 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차량이 사고 지점으로부터 40m 전방에서 비상정차대로 우조향 된 후 우조향 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하여 바퀴가 좌측을 향하였다가 다시 직전의 좌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우조향 되어야 한다고 보고, 운행 중 이러한 정도의 조향장치의 조작은 졸음운전을 하면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고, 이는 피고인이 사고 지점에 이르러 고의적으로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추돌함에 있어 운전경험상의 직감 등에 따라 충격 후 차량이 회전함으로써 자칫 운전석에 가해질 수도 있는 위험으로부터 운전자인 피고인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심리적 동기에 기인하여 정면으로 추돌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고 객관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사고 장소 부근 CCTV영상에 나타난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과 들어맞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사고원인에 관한 감정의견을 제시한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등 증인들은 CCTV영상을 육안으로 관찰할 때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이 사고 지점 건너편에 설치된 CCTV 영상의 고정 시선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굴절되는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우조향 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원심의 논리대로라면, CCTV영상에서 이 사건 차량이 최초에 우조향 됨으로써 상향등의 불빛이 CCTV의 초점 위치에서 멀어짐으로써 광선이 어두워진 후에 다시 앞서 우조향 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 되어 바퀴가 좌측으로 향하게 될 경우 직전에 굴절된 상향등의 불빛이 CCTV의 시선 쪽으로 향하여 다시 굴절되어 가까워지는 변화가 관찰되어야 하고, 그 후 다시 직전의 좌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우조향 될 경우 이와 반대의 변화가 관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고, 그러한 변화가 CCTV영상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이유도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할 것인데 기록상 그러한 점이 규명되어 있지 않다.

 

위 공소외 15, 공소외 16은 각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사고 직전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에 대하여 일관되게, 사고 지점 전방 40m 부근에서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 된 후 다시 좌조향하는 조작만으로도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가 자신들이 추정한 이 사건 화물차량에 대한 추돌 직전의 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러한 방식의 진행 경로가 충돌 후 이 사건 차량 및 화물차량의 최종적인 위치에 관한 추정에도 들어맞는 결과가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공소외 17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원심의 판단은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예상 진행 경로에 대한 이들 감정인들의 일부 분석결과를 전제로 하면서도 이와 다른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추론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위 감정인들의 조사 및 분석결과나 원심의 추론 모두 사고 장면 CCTV영상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영상 속의 각 시점에 따른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과 위치를 실제 사고 장소의 해당 위치와 시점별로 대응시키는 방법으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여 얻은 추정치로 보이는데, 그것이 무시하여도 좋을 정도의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성이 과학적으로 담보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추정치를 토대로 작성된 사고 재현 CCTV영상과 실제 사고 장면 CCTV영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사고 장면 CCTV영상에 기초한 이 사건 차량의 위치, 속도, 움직임 등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분석·감정을 의뢰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공소외 18은 사고 장면 CCTV영상의 화질을 기술적으로 개선한 후 영상 분석을 시도하였으나 영상 자체가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 등을 명확히 구분할 정도의 해상도 및 화각이 되지 못하고, 낮은 조도에서 촬영되고 노이즈가 강조되어 나타나며, 세밀한 영상 정보가 손실되는 등의 사유로 이 사건 차량의 정확한 위치, 속도, 움직임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기도 하였다.

 

한편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상향등이 점등된 사실과 졸음운전을 했다는 것이 양립할 수 있을지는 상당한 의심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졸음운전 중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인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에서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므로, 졸음운전 중 운전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반응 및 상향등 조작 장치가 작동될 수 있는 가능성 등에 대한 치밀한 과학적 검증 없이 상향등이 점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피고인의 의식적 고의행위가 개입되었다고 쉽게 속단할 수도 없다.

 

원심이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다고 든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의 조작 가능성 역시 어느 시점에 기어 변속이 이루어졌는지가 불분명하고, CCTV영상만으로 일부 감정인 의견처럼 앞 숙임 현상이 있었고, 그것이 이론의 여지없이 제동장치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영상분석 전문가인 공소외 18은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사고 장면 CCTV영상의 앞 숙임 현상은 그 화질 불량 등의 사유로 추돌 직전 제동장치의 조작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하면서, 주행 중인 차량의 앞 숙임 현상은 제동장치, 조향장치의 작동 외에 현가장치의 특성, 사고 현장의 노면 상태 및 속력 등에 의한 원인 또는 이러한 원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므로, ‘앞 숙임 현상의 존재를 전제로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오로지 제동장치의 작동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3) 결국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이 일어날 수 없다는 데 대하여 더욱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 사건 사고가 고의에 의한 교통사고라고 쉽게 속단할 수는 없어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졸음운전 중 운전자의 신체에 나타나는 반응과 그러한 반응이 운전자의 운전 기능 및 차량의 운행 상태에 미치는 영향, 졸음운전 중에는 상향등의 조작이 전혀 불가능한 것인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중에 도로의 상황, 차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상향등을 조작한 뒤 다시 졸았을 가능성은 없는지, 상향등을 켠 이후로도 20초 동안 약 422m를 더 진행한 후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그 시간과 거리는 의식적으로 상향등을 조작한 후 다시 가수면 상태로 들어가 졸음운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인지, 원심 판시와 같이 고의사고임을 전제로 비상정차대에 정차 중인 화물차량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졸다 잠시 깬 상태에서 도로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상향등을 켠 것이라면 당시 도로 및 차선의 밝기 등 제반 사정은 그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것이었는지, 순간적으로 졸다 깨기를 반복하는 졸음운전과 사고 장면 CCTV영상에서 확인되는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 등에 관한 합리적인 의문을 해소한 이후에 상향등 점등 등 이 사건 차량의 운행 상태가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더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 등을 조사, 분석한 감정인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므로 감정인들이 견해 차이를 보이는 이유, 그것이 이 사건의 유·무죄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것인지, 각자의 감정방법이 이 사건 사고 상황을 추측하는 데 타당한 방식이었는지, 그 전제로 삼은 조건들은 적절했는지 등에 관하여 감정인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 각자의 견해를 개진하고 그 합리성 및 타당성을 검증하는 등으로 어느 감정의견이 더 과학적 신빙성이 있는지 밝혀보는 것도 필요하였던 것은 아닌지를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에 관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 내에서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고, 그 혈흔으로부터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점, 사고 당시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점을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낸 것이라는 데 대한 간접사실로 들고 있다.

 

2) 그러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이불에 묻어 있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수면상태에서 사고를 일으키기 위해 차안에 있던 옥수수수염차에 약물을 타서 먹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그와 같이 단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원심은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에 묻은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고 보았으나, 이 사건 차량에서 채취된 시료 중 이불에 묻은 혈흔은 DNA 식별이 불능으로 판정되어, 피해자가 위 이불을 덮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불에 묻은 혈흔에서 DNA 식별이 불능이라고 판정된 이유는 혈흔이 부패되어 DNA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시료 채취가 이불에 있던 것보다 약 1개월 뒤에 이루어진 유리창의 혈흔에서는 피해자의 DNA가 식별되었다는 것이므로 이불의 혈흔이 반드시 이 사건 사고 당시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편 피해자의 것으로 인정되는 차량 유리창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기는 하였으나, 그 혈흔이 묻은 부위가 작아 디펜히드라민만을 목표 약물로 설정하여 단일분석을 하였을 뿐 다른 약물도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확인 시험을 실시하지는 못하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가 수면유도제가 아닌 디펜히드라민이 포함된 다른 복합제제의 약을 복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 차량의 에어백에 묻은 혈흔은 피고인의 것으로 판정되었는데, 거기에서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고의사고를 일으키기 위해 피해자를 잠들게 할 목적으로 옥수수수염차 등에 수면유도제를 넣어 먹였다는 가설은 더 이상 지지받기 어렵다.

 

3)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복합제재 및 단일제재를 통틀어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복용하는 약품 중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포함된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중에 임신 7개월의 임산부가 복용하여도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약품이 있는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에서 공히 위 성분이 검출되었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그러한 약품을 복용하였을 가능성은 없는지, 수면유도제가 아니면서 위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복용하였을 경우에도 수면유도 효과가 생기는지,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지 등에 관하여 더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4) 한편 피고인이 서울로 올라갈 때 찍힌 다른 곳의 CCTV영상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는데, 사고 당시에는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매고 피해자는 매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일부러 안전벨트를 풀었다고 볼 자료는 전혀 없고, 또한 피해자는 사고 당시 의자를 뒤로 젖혀 누운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므로 그런 자세에서는 안전벨트가 방해가 되어 이를 풀어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고 당시 피해자만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적인 살인을 도모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 그 밖의 부수적 전후 사정에 관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차량으로 서울에 갈 당시 피해자는 동행할 예정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피고인과 동행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사고 직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견인차 기사 등에게 즉시 피해자의 구조를 요청하지 아니하는 등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고, 병원에서도 지인에게 사고의 경위에 관하여 사실과 달리 진술하기도 하였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가 난 바로 당일 오전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할 화장장의 예약을 부탁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약 2주 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하였고, 사고 다음날 휴대전화로 이 사건 사고 관련 뉴스를 찾아 그 기사 내용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한 점, 피해자가 혼인 중 2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무렵 피해자가 임신한 태아에 대해서도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던 점, 임상심리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피고인의 심리적 반응이나 성격에 일부 특이성이 엿보인다고 나온 점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정도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인의 살인의 동기와 범행방법의 선택,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원심이 고의성을 추단할 만한 부수적인 간접사실로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인정의 전제가 되는 살인의 범의에 기한 교통사고임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이상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이 사건 차량의 운행방식에 고의를 의심할 만한 점들이 있었고, 당시 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설명에 의문점이 있는 것은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이상,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의문점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고 하여 객관적 증거와 이에 기초한 치밀한 논증의 뒷받침 없이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단호하게 진실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리적 추론과 가능성의 우월함만으로 단죄할 수는 없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이러한 순간에 더 의미가 있다. 원심이 들고 있는 간접사실만을 근거로 이 사건 사고가 고의적 살인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의문의 공백이 크다.

 

결국 졸음운전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의문을 떨쳐내고 고의사고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충분하다거나 그러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종합적 증명력을 가진다고 보기에는 더 세밀하게 심리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살인의 동기가 존재하였는지,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사고 당시의 상황이 고의로 유발되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에 대한 치밀하고도 철저한 검증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주심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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