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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재해사망보험금 판례 571]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26. 선고 2017가합521428 판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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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사망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재해사망보험금 판례 571]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26. 선고 2017가합5214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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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26. 선고 2017가합521428 판결 [손해배상()] [각공2019,187]

 

 

 

 

판시사항

 

 

갑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살해당하자 초동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당시 범행 현장에 있었던 미합중국 국적의 을과 병이 살인죄의 공범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미군 범죄수사대는 갑을 칼로 찌른 자는 을이라는 의견을 수사기관에 전달하였는데, 최초 수사 및 처분을 담당한 담당검사가 을에 대하여 살인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고 병을 살인죄로 기소하였으며, 이에 따라 진행된 형사재판 결과 병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을의 살인죄 인정 여부에 관하여는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는데, 그 후 범죄인 인도청구 및 국내 송환을 거쳐 을이 살인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자 갑의 유족인 정 등이 최초 수사 및 불기소처분의 위법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최초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및 그에 따른 불기소처분에 관한 담당검사의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살해당하자 초동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당시 범행 현장에 있었던 미합중국 국적의 을과 병이 살인죄의 공범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미군 범죄수사대는 갑을 칼로 찌른 자는 을이라는 의견을 수사기관에 전달하였는데, 최초 수사 및 처분을 담당한 담당검사가 을에 대하여 살인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고 병을 살인죄로 기소하였으며, 이에 따라 진행된 형사재판 결과 병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을의 살인죄 인정 여부에 관하여는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는데, 그 후 범죄인 인도청구 및 국내 송환을 거쳐 을이 살인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자 갑의 유족인 정 등이 최초 수사 및 불기소처분의 위법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갑이 살해될 당시 범행 현장인 햄버거 가게의 화장실 안에는 갑 이외에 을과 병 두 사람만이 있었으므로 갑은 을과 병의 공모에 의하거나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에 의하여 살해되었음이 명백한데, 을과 병은 서로 상대방이 갑을 살해하였고 자신은 단지 목격자일 뿐이라고 상반되게 진술하였으나, 당시 범행 현장에 남아 있던 혈흔 등에 비추어 보면 을의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는 점, 갑의 상처 부위 및 형태,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종류, 범행 현장의 혈흔 형태 등에 비추어 당시 수사검사는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에 배치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을의 주장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최초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및 그에 따른 불기소처분에 관한 담당검사의 판단이 당시 상황과 수집된 자료들에 비추어 볼 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수사기관의 행위는 갑의 유족인 정 등에 대한 관계에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보이므로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국가배상법 제2조 제1, 민법 제751, 검찰청법 제4

 

사 건

2017가합521428 손해배상()

원고

1. A

 

2. B

 

3. C

 

4. D

 

5. E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8. 6. 26.

판결선고

2018. 7. 26.

 

주 문

 

1.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150,000,000, 원고 C, D, E에게 각 2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8. 6. 26.부터 2018. 7. 2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500,000,000, 원고 C, D, E에게 각 3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1997. 4. 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 당사자의 관계

 

**대학교 대학생이던 "“(당시 만 22, 1974. 4. 27.)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에 있는 *** 햄버거 가게 화장실 안에서 소변을 보다가 휴대용 칼에 의하여 오른쪽 목 부위를 3, 가슴부위를 2, 왼쪽 목 부위를 4회 찔린 후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원고 A, B는 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모이고, 원고 C, D, E은 망인의 누나이다.

 

. 수사기관의 수사 및 처분 경과

 

1) 경찰에서는 당시 범행 현장에 있었던 미합중국 군대 군속의 자녀인 미합중국 국적의 X(1979. 12. 1.)과 역시 미합중국 국적의 Y(1979. 7. 26.)를 각 망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수사한 후 1997. 4. 9. 위 사건을 각 기소의견(살인의 공범)으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하였다.

 

2) 한편 당시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미군 범죄수사대(Crime Investigation Division)는 망인 사망 당시 X의 온몸에 피가 묻어 있었던 점을 주된 근거로 하여 X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후, 범행에 사용된 칼과 X이 범행 당시 입고 있던 셔츠를 불태우고 남은 조각 등을 찾아내 압수하고, X X의 친구 또는 지인 등 약 15명에 대한 조사와 진술청취 등을 거쳐 망인을 칼로 찌른 자는 X이라고 결론내리고 관련 자료를 대한 민국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다.

 

3)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담당 수사검사인 ○○○ 검사는 검찰 수사를 종결한 후 경찰 및 미군 범죄수사대의 수사결과와는 달리, Y에 대하여는 망인을 살해한 혐의(살인죄), X에 대하여는 1997. 2. 초순경부터 1997. 4. 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Y가 위 살인범행에 사용한 휴대용 칼을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미8군 영내 하수구에 버렸다는 혐의(증거인멸죄)를 각각 적용하여 1997. 4. 26. YX을 기소하였다. 한편, 당시 담당 수사검사인 ○○○ 검사는 X의 살인혐의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 X Y에 대한 선행 형사재판의 경과

 

1) 위와 같은 검사의 기소에 따라 진행된 선행 형사재판의 제1심과 항소심에서 XY는 각각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X은 이에 대하여 상고하지 아니하여 그에게 징역 장기 16, 단기 1년의 형을 선고한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X은 이에 따라 천안소년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1998. 8. 15. 형집행정지결정으로 석방되었다.

 

2) Y는 살인죄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여 1998. 4. 24. 대법원으로부터 그가 망인을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98*** 판결), 이에 따라 1998. 9. 30.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으며(98**** 판결), 환송 후 원심 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가 1999. 9. 3. 대법원에서 결국 기각되면서(98**** 판결) Y에 대한 형사재판은 무죄로 종결되었다.

 

3)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담당검사는 XY를 살인죄의 공범으로 기소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따라 법원에서는 Y에 대하여 살인죄의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선행 형사재판의 결과 Y는 망인 살인사건에 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고, X은 살인죄로 기소조차 되지 아니하여 X의 살인죄 인정 여부에 관하여는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 X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 및 X의 출국

 

1) 원고 XY에 대한 살인죄의 무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1998. 11. 9. X을 망인 살인혐의로 고소하였다. 담당검사는 수사를 재기하면서 1998. 11. 23. X이 위 고소 사건의 피의자로서 수사 중이고 형집행정지 중이라는 이유로 1998. 11. 24.부터 1999. 2. 23.까지 3개월 동안 X의 출국을 정지하여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하여 그 기간 동안 X의 출국은 정지되었다. 위 담당검사는 출국정지기간이 만료되자 1차로 1999. 2. 23., 2차로 1999. 5. 24. 그의 출국정지기간을 각각 3개월씩 연장하여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하여 1999. 2. 24.부터 1999. 5. 23.까지, 1999. 5. 24.부터 1999. 8. 23.까지 각각 3개월 동안씩 X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이 연장되었다.

 

2) 그런데 1999. 8. 23.경 당시 X에 대한 고소사건의 담당검사는, 그 즈음 참여계장이 유흥주점 단속과 관련하여 업주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자 이로 인하여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경황이 없었던 나머지, 같은 날 X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이 만료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새로운 연장요청을 하지 아니하였다. 위 담당검사는 1999. 8. 26. 같은 검찰청 특수부로 자리이동을 하면서 법무부로부터 X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이 이미 만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후임 참여계장에게 출국정지기간의 연장을 요청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후임검사의 결재를 받아 법무부에 출국정지기간의 연장을 요청하여 X에 대한 2차 출국정지 연장기간이 이미 만료된 지 사흘만인 1999. 8. 26.부터 다시 X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3) 위와 같이 X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는 1999. 8. 24.1999. 8. 25. 이틀 동안 해제된 상태로 있었고, X은 그 틈을 타 1999. 8. 24. 김포공항을 통하여 미합중국으로 출국하였다.

 

. X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및 국내 송환

 

1) 검사는 2002. 10. 17. X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미합중국으로 도주하였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조치를 취하였다.

 

2)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09. 12. 10.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청구용 확인서를 발송하였고, 법무부는 2009. 12. 29.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근거로 미합 중국 법무부에 X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였다.

 

3) X2011. 5. 17. 미합중국에서 체포되어 범죄인 인도재판에 회부되었고, 2011. 11. 2.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재판 심리 결과에 따라 결국 2015. 9. 23. 대한민국으로 송환되었다.

 

. X에 대한 형사재판의 경과

 

1) 검사는 X이 송환되기 전인 2011. 12. 22. X에 대하여 망인을 살해한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 1. 29. X이 망인을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여 징역 20년 형을 선고하였다(2011고합**** 판결). 이에 대하여 X이 항소하였지만 서울고등법원은 2016. 9. 13. X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16*** 판결), 위 판결에 대한 X의 상고가 2017. 1. 25.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X에 대한 형사재판은 확정되었다(2016***** 판결).

 

3) X에 대한 확정된 형사재판의 범죄사실은 XY와 공모하여 망인을 살해하였다는 것으로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 최초 수사 및 불기소처분의 위법

 

망인에 대한 살인사건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XY가 살인죄의 공범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고, 미군 범죄수사대 역시 망인을 칼로 찌른 자는 X이라는 의견을 수사기관에 전달하였다. 위와 같은 경찰과 미군 범죄수사대의 견해는 당시 수집된 여러 객관적인 증거 및 각종 정황증거, 범행 직후의 왜곡될 가능성이 적은 여러 명의 목격자들의 진술을 통해 내려진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의 최초 수사 및 처분을 담당한 피고 소속 담당검사는 살인사건과 같은 중대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필요한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하고, 위와 같은 초동수사결과를 번복할 만한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Y가 망인을 칼로 찔렀고, 자신은 단순한 목격자에 불과하다.’X의 진술을 진실로 믿은 나머지, X에 대하여 살인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고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당시 담당검사의 수사 및 그에 따른 처분은 당시 수집된 증거자료 및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이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것이어서 위법하다.

 

. X에 대한 추가 수사 및 범죄인 인도청구를 적시에 하지 않은 위법

 

선행 형사재판에서 Y에 대한 살인혐의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확정되어 X이 망인 살인사건의 매우 유력한 용의자로 다시 부상하게 되었고, 원고 X1998. 11. 9. X을 살인혐의로 고소한 이래로 망인의 유족들이 수년 동안 망인 살인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추가 수사 진행을 요청하기도 하였으므로, 당시 피고 소속 담당검사로서는 X의 소재를 파악하고 범죄인 인도청구를 적시에 하는 등 조속하고 적정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소속 담당검사는 X에 대한 별다른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X이 출국한 1999. 8. 24. 이후 10년 이상이 지난 2009. 12. 29.에야 비로소 미합중국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였는바, 이 역시 국가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인 위법한 행위이다.

 

. 인격권 등의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위와 같이 피고 소속 담당검사가 1997. 4.경 살인죄의 범인임이 명백한 X을 살인죄로 기소하지 아니하는 위법한 수사와 불기소처분을 하고, 선행 형사재판 이후 X에 대한 추가 수사 및 범죄인 인도청구를 적시에 하지 않는 등의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망인 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20년 가까이 지연되었고, 진상 규명에 대한 망인의 유족들의 합리적인 기대가 장기간 침해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소속 담당검사가 원고들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청구취지 금원과 같은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 관련법리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에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이나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에 따라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는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검사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지만, 검사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검사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권한의 불행사는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23447 판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29517 판결 등 참조).

 

사법경찰관이나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고, 수집·조사된 증거를 종합하여 피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기소의견으로 검찰청에 송치하거나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보아 사법경찰관이나 검사가 당해 피의자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후일 재판과정을 통하여 그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에 관하여 무죄의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수사기관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8. 13. 선고 9320924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46366 판결 등 참조).

 

. 최초 수사 및 불기소처분의 위법 여부

 

1) 인정사실

 

) X은 범행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XY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기 오른쪽 부분과 왼쪽 벽 사이에 기대 서 있었는데, Y가 소변을 보고 있던 망인의 오른쪽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망인이 왼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며 돌아서자, Y는 망인의 가슴과 왼쪽 목 부위를 찌른 후 칼을 바닥에 버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이후 망인이 X 쪽으로 다가와, X은 세면대 오른쪽 부분에 등을 기댄 채 두 손으로 망인을 밀친 다음 바닥에 떨어진 칼을 들고 화장실을 나왔다.”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Y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보았는데, X이 갑자기 망인의 오른쪽 목을 칼로 찔렀다. Y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보니, 망인이 돌아서서 X을 때리려는 순간 X이 이를 피하면서 망인의 몸과 왼쪽 목 부위를 계속 찔렀다. 이후 XY를 밀치면서 화장실을 빠져 나갔고, 망인이 구석에 쓰러질 때 Y도 화장실을 나왔다.”라고 주장하였다.

 

) 범행 이후 X은 양손과 머리, 상의, 하의 등 온몸에 피가 많이 묻었던 반면, Y는 상의의 오른쪽 어깨 앞과 뒤쪽에 스프레이로 뿌린 듯한 형태로 소량의 피가 묻어 있었을 뿐 옷의 다른 부위나 양손, 머리 등에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 XPX의 피 묻은 셔츠를 불태우는 것을 내버려 두었고, 범행 도구인 칼을 하수구 도랑에 버렸다.

 

반면 Y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Q를 만나러 갔고, 이후 집으로 가서 옷을 벗어두었는데 이를 그의 어머니가 세탁하였다.

 

) 1997. 4. 5. 시행되어 1997. 4. 21. 작성된 부검감정서에는 망인의 사망원인에 대하여 많은 손상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손상은 목동맥(경동맥)과 목정맥을 절단한 왼쪽 경부(목 왼쪽에 있는) 자창이다. 특히 이 자창으로 잘린 목동맥은 굵은 동맥이고, 다른 장기들이 빈혈상을 보이므로, 밖으로 출혈이 많았을 것이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사망의 상황에 대하여 변사자에게 치명적인 손상은 목동맥과 목정맥 절단인데 이 혈관들은 매우 굵은 혈관들이므로 손상을 받고 사망에 이른 시각은 매우 짧았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 자창 외에도 칼로 생긴 예기 손상이 여럿 있는데, 이 중 방어흔으로 볼 수 있는 손상은 관찰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변사자는 아주 짧은 시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 수사 당시 이루어진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서, X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특이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Y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현저한 반응이 나타났다.

 

) X에 대한 살인죄의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2011고합****)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가해자가 망인의 목 오른쪽 부분을 찌르자 망인의 목 오른쪽 부분에서 피가 위쪽 방향으로 뿜어져 나왔고, 망인이 왼손으로 목 오른쪽 부분을 막았음에도 피가 손가락 사이로 분수처럼 나올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세기가 강하였으며, 이후 가해자가 망인의 목 왼쪽 부분을 찌르자 목 왼쪽 부분에서 목 오른쪽 부분에서 나왔던 피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피가 울컥울컥 나왔다.

 

(2)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망인의 오른쪽 귀 2.5cm 아래에 발생한 길이 2.4cm 수평의 자창으로 인해 목동맥의 가지 하나가 완전히 절단되었고, 왼쪽 귀 3.8cm 아래에 발생한 길이 4cm, 수평의 자창으로 인해 목동맥과 목정맥이 완전히 절단되었다. 현장 사진에 따르면, 오른쪽 소변기가 붙어 있는 벽 윗부분과 오른쪽 소변기에 상당량의 혈흔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 망인은 발견 당시 왼쪽 소변기가 붙은 벽과 그 옆 벽면 사이의 모서리에 목을 기댄 채 목을 숙인 형태로 누워 있었고, 배낭을 메고 있었으며, 바지가 내려간 상태였고, 망인이 발견되었을 당시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당시 망인은 목동맥 가지와 목동맥, 목정맥이 완전히 절단되는 치명상을 입어 많은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 결과 목동맥이 절단된 후 매우 짧은 시간에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판단

 

) 이 사건에 있어 피고 소속 담당검사가 최초 망인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에 따른 처분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X의 살인혐의에 대하여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고 그를 기소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사실관계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망인이 살해될 당시 범행 현장인 햄버거 가게의 화장실 안에는 망인 이외에 XY 두 사람만이 있었으므로, 망인은 XY의 공모에 의하거나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에 의하여 살해되었음이 명백하다. 이와 같이 이 사건은 XY 이외의 자가 개입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XY는 서로 상대방이 망인을 살해하였고 자신은 단지 목격자일 뿐이라고 상반되게 진술하고 있어 서로가 객관적인 목격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기관으로서는 자신의 죄책을 면하기 위하여 두 사람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까지도 열어두고 각기 모순된 두 진술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위 각 진술이 당시 범행 현장인 화장실 내의 혈흔 등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하는지 여부도 아울러 고려했어야 한다.

 

그런데, 당시 범행 현장에 남아 있던 혈흔 등에 비추어 보면, Y의 주장은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으나, X의 주장은 아래와 같이 쉽사리 해소하기 힘든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모순점만을 살펴보더라도 X의 살인혐의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세면대의 오른쪽 윗부분과 안쪽 부분에 묻어 있는 피의 양이나 그 흔적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칼에 찔린 후 화장실 왼쪽 구석으로 쓰러지기 전에 세면대 오른쪽 부분을 짚고 있는 상태에서 피를 흘린 것으로 보이는데, X의 진술과 같이 X이 세면대 오른쪽과 벽 사이에 서서 범행을 목격하다가 X 쪽으로 다가오는 망인을 세면대 오른쪽에 기대어 밀쳐 낸 것이라면, 세면대 오른쪽 윗부분과 안쪽 부분에 그와 같이 많은 양의 피가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X의 진술과 같이 범행 당시 X이 세면대 오른쪽과 벽 사이에 서 있었다면, X의 몸에 가려 피가 묻지 않는 부분(outline void pattern)이 있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왼쪽 소변기부터 세면대까지 이르는 벽에 빈 부분이 없이 핏자국이 죽 이어져 있다.

 

X의 진술과 범행 현장의 혈흔 사이에 모순이 없으려면, X이 망인을 밀치고 그 자리를 떠난 뒤 망인이 다시 세면대 쪽으로 다가와 세면대를 짚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망인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14%에 이를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급소를 9차례나 칼에 찔려 다량의 출혈이 있었는데, X이 망인을 밀친 후에 망인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면대까지 올 수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X에 대한 살인사건 재판(2011고합**** 판결)의 기소 및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에 의하여도 확인할 수 있다. 위 사건의 담당검사는 1997년 당시의 수사기록 및 불기소결정서를 검토한 후 이 사건의 최초 수사 및 처분을 담당한 검사에 대하여, “당시 수사검사는 XY가 모두 범행 현장에 있었고 피가 묻은 점에 비추어 양자가 공범일 가능성이 정황상 농후하고, 그들이 진실을 진술할 것으로 담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모순되는 그들의 진술 중 한 명의 진술은 사실일 것으로 속단한 나머지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미루는 그들의 진술에 따라 이 사건의 본질을 ‘XY 중 한명이 단독으로 망인을 살해하고, 나머지 사람은 단순히 목격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수사 및 판단을 하였다. 그 결과 당시 수사검사는 살인사건 수사검사로서 하여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사사항인 사체에 남겨진 상처와 범행 도구를 대조하여 범행 도구의 사용방법을 확인하고, 범행 현장에 남겨진 혈흔을 통해 가해자와 범인의 동선 등의 자료를 수집하는 일에는 소홀히 한 채, 참고인들의 진술을 통해 양자의 진술 중 어느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였다. 결국 당시 수사검사는 XY진술의 늪에 빠져 사건의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하기도 하였다.

 

망인은 짧은 시간 동안 9차례나 목과 가슴 부위를 칼에 찔려 단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렀을 정도로 다량의 피를 흘렸다. 여기에 망인의 상처 부위 및 형태,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종류(접이식 칼, 칼날길이 9.5cm),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범행 현장의 혈흔 형태 등을 더하여 본다면, 망인을 칼로 찌른 자는 망인과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범행을 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9차례나 칼로 찌르는 동안 칼을 잡고 있던 손을 비롯하여 몸 여러 곳에 적지 않은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Y가 망인을 직접 찔렀음에도 양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상의에 스프레이로 뿌린 형태로 소량의 피만 묻힌 반면, X이 그의 주장대로 자신 쪽으로 다가온 망인을 밀치는 과정에서 피가 많이 묻게 되었을 가능성을 상정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X에 대한 살인사건 재판의 담당검사도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범인이 망인을 칼로 직접 찔렀음에도 피를 묻히지 않거나 점점 형태로 소량의 피만 묻힌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항에서 살펴 본 범행 현장의 혈흔에 비추어 볼 때에도 몸 전체에 다량의 피가 묻게 된 경위에 관한 X의 주장을 그 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당시 수사검사는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에 배치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X의 주장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검사는 망인에 대한 부검을 담당하였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 □□□의 진술에 크게 의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은 선행 형사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사체부검과 범행 현장의 상황을 통하여 볼 때, 망인은 소변을 보던 중 뒤에서 급작스런 공격을 당하였고 그 때 입은 목의 자창은 수평이거나 위에서 아래쪽으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범인은 키가 176센티미터인 피해자보다 키가 컸을 가능성이 많고, 또 그 후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배를 찔리기까지 하였는데도 방어흔으로 볼 수 있는 손상이 전혀 없었으므로 범인은 힘이 매우 센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론하였다. 당시 수사검사는 □□□의 위와 같은 법의학적인 견해와 Y는 키가 180센티미터, 몸무게가 105킬로그램 가량 되고, X은 키가 172센티미터, 몸무게가 63킬로그램 가량 되는 점 등을 비교하여 Y를 살인죄로 기소하였다.

 

그러나 □□□은 선행 형사재판 법정에서 가해자의 키가 클 것이라고 추론한 것은 단언할 수 없고, 일반적으로 추론한 것이다. 소변을 보는 자세에 따라 키는 가변적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당시 피해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4%였고, 범행 도구인 칼의 칼날이 상당히 날카로워 찌르는데 큰 힘이 들지 않으며, 가해자가 손을 들어 피해자의 목을 찌르는 경우 둘의 신장 차이는 큰 의미가 없고, 가해자의 공격으로 피해자의 중심도 상당히 무너졌으리라는 사정을 더해보면, 단순히 체격만으로 Y를 가해자라고 판단한 당시 수사검사의 판단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뿐만 아니라 쉽게 수긍하기도 어렵다.

 

한편,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항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는 검사를 받는 사람의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서 기능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대법원 1987. 7. 21. 선고 8796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결과를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당 진술자가 한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보조적인 자료에 불과할 뿐이어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한 진술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데 참고하기에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비록 선행 형사사건에서 Y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결과 거짓반응이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YX과는 달리 통역인 제공요청을 거절당하고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상태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검사가 이루어진 경위에 비추어 보더라도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자체를 그대로 신빙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둘 중 한 사람은 단순 목격자에 불과한 것으로 전제하고(이러한 전제 자체에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서 X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특이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Y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현저한 반응이 나타났다는 점을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로 참작하여 X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와 같은 범행 이후의 정황들 역시 당시 수사검사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게 하는 사정으로, 당시 수사검사는 이러한 점을 간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X은 화장실에서 나와 곧바로 4***** 화장실로 올라가서 머리와 얼굴, 양손에 묻은 피를 씻고, 피가 묻은 셔츠를 갈아입고 모자까지 빌려 쓴 다음 건물 밖으로 나왔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XP가 피 묻은 셔츠를 불태우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고, 범행 도구인 칼을 하수구 도랑에 버리는 등 통상 범인이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하였다. 또한 X*****에서 여자 친구인 R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가 피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는데도 자신의 무고함을 설명하지 않았다. X은 망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여자 친구인 R이나 가장 친한 친구인 P로부터 질문을 받고서도 Y가 범인이라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 살피건대,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 또는 처분 결과에 관하여 사후적으로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수사기관이 국가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인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쉽사리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위에서 자세히 살핀 바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적어도 이 사건에 있어서는 최초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및 그에 따른 불기소처분에 관한 담당검사의 판단은 그 당시의 상황과 수집된 자료들에 비추어 볼 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사기관의 행위는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결국 피고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 피고는 이에 대하여 이 사건에서 당시 수사검사가 Y만을 살인죄로 공소제기한 것이 추후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무죄로 밝혀지기는 하였으나, 선행 형사재판의 1, 2심 판결 모두 부검의 □□□의 증언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판단하여 Y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하였는바, 당시 수사검사가 Y만을 살인죄로 공소제기한 것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였다면, 위와 같이 Y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여러 제반 사정 및 특히 선행 형사재판에서 검사는 XY를 공범으로 기소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따라 법원으로서는 Y에 대하여 살인죄의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만을 진행하여야 하는 수동적인 입장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더하여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추가 수사 및 범죄인 인도청구를 적시에 하지 않았는지 여부

 

1) 인정사실

 

) 법무부는 1998. 11. 24.부터 1999. 8. 23.까지는 X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를 취하였지만 담당검사의 과실로 1999. 8. 24.1999. 8. 25. 이틀 동안 출국정지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고, X은 그 틈을 타 1999. 8. 24. 미합중국으로 출국하였다.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는 형사사건에서의 협조와 사법공조를 위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형사사법 공조조약, 범죄인의 인도를 위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각 체결하였고, 위 각 조약은 현재 발효 중이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00. 11.경과 2002. 1.2회에 걸쳐 한·미 형사사법 공조조약에 따라 X의 살해혐의에 대한 수사를 위하여 미합중국 법무부에 수사공조를 요청하였고, 법무부는 2005. 9. 22. 미합중국 법무부에 X의 소재파악을 위한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였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09. 12. 10.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청구용 확인서를 발송하였고, 이에 법무부는 2009. 12. 29. 미합중국 법무부에 X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였다. 위 범죄인 인도청구에 따른 인도재판 심리결과에 따라 X2015. 9. 23. 대한민국으로 송환되었다.

 

) 검사는 X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인 2011. 12. 22. X에 대하여 망인을 살해한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2) 판단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및 법무부는 2000. 11., 2002. 1., 2005. 9. 22. 3차례에 걸쳐 미합중국 법무부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미합중국 법무부는 X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던 점, 2009. 9. 27. 한 언론사에서 X2009. 8. 10.경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몬트레이카운티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법무부는 2009. 10. 9. 미합중국 법무부에 X의 지문자료와 과거 사진자료를 송부하여 몬트레이카운티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자가 X과 동일인인지 확인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이에 미합중국 법무부는 몬트레이카운티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자와 X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여 주었던바, 2009. 10.경 비로소 X의 소재가 공식적으로 파악되었던 점, 이에 따라 법무부는 필요한 절차를 거친 후 2009. 12. 29. 미합중국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였던 것인바, 위와 같은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청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연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언론사나 사설기관에서 X의 미합중국 내 소재를 수사기관보다 먼저 파악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한정된 인력·자원과 대한민국의 수사권이 직접 다른 나라에 미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이 미합중국 법무부에 형사사법공조나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는 외에 다른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고 보이는 점, 이후 피고 소속 담당검사는 애초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2012. 4. 2.을 도과하여 X을 기소하게 될 경우 향후의 재판과정에서 공소시효 완성에 대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X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에 보완수사를 거쳐 X을 기소하였는바, X에 대한 범죄인 인도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당시의 상황에서 이와 같은 담당검사의 조치는 적정한 조치였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Y에 대한 무죄판결의 확정 이후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또는 X에 대한 신병확보 등이 다소 지연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 또는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Y에 대한 무죄판결 확정 이후에 수사기관이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X의 신병을 확보함에 있어 피고 소속 담당검사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기판력 저촉 주장에 관하여

 

)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이미 2001년에 피고를 상대로 망인 살인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인격적 법익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이하 종전 소송이라 한다). 종전 소송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같으므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

 

) 인정사실

 

원고들과 망인의 조부인 F2001. 1. 17. 피고를 상대로 피고 소속 담당검사가 그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1999. 8. 23. 만료되는 X의 출국정지기간을 연장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X이 국외로 도주하였고, 이에 따라 X에 대한 수사의 진행이나 형사재판의 개시가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망인의 유족들은 진상 규명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박탈당하게 되어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2. 6. 25. 원고들 및 F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01가합**** 판결), 그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2003. 5. 15. 원고들과 F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2002***** 판결), 이에 대한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은 2005. 9. 9.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2003***** 판결), 파기환송 후 항소심 재판에서 서울고등법원은 2005. 12. 6. 변론을 종결하고, 2006. 1. 17. ‘당시 X의 살인혐의에 대한 수사직무를 담당하고 있던 검사로서는 X의 출국정지기간을 면밀히 점검하여 수사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또는 적어도 1999. 8. 23. 당시에는 출국정지기간이 만료될 경우를 대비하여 출국정지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해야할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이를 간과하여 출국정지기간 연장조치를 하지 아니한 것은 담당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에 위반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위와 같은 위법행위와 원고들 및 F의 정신적 고통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하며, 피고는 원고 X, B에게 각 15,000,000, 원고 C, D, E F에게 각 1,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X의 출국일인 1999. 8. 24.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한 사실(2005***** 판결), 위 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가 대법원에서 2006. 5. 26. 기각된 사실(2006***** 판결)이 인정된다.

 

) 판단

 

(1) 두 개의 소송물이 동일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는 경우에도 청구원인이 서로 다르다면 별개의 소송물이라 할 것이고(대법원 1989. 3. 28. 선고 881936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59760, 9777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한 행위의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별개의 소송물을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들이 종전 소송에서 구한 검사가 1999. 8. 23. 과실로 X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직무상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에서 구하고 있는 망인 살인사건에 대한 1997. 4.경 담당검사의 위법한 수사 및 불기소처분과 Y에 대한 무죄판결 확정 후 추가 수사와 범죄인 인도청구를 적시에 하지 않은 직무상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비록 망인에 대한 살인사건이라는 동일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피고 소속 담당검사에게 부여된 직무의 내용, 그 직무가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지지 않은 경위 및 시기 등의 내용이 모두 다르다고 할 것이므로, 종전 소송과 이 사건 소는 청구원인이 서로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소송의 소송물이 종전 소송의 소송물과 동일하여 이 사건 청구는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거나, 이를 전제로 하여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은 이미 종전 소송에 따른 손해의 배상으로써 모두 완료되었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소멸시효 항변에 관하여

 

) 피고는, 피고 소속 담당검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 할 것인데,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원고들이 피고 소속 담당검사의 위법한 수사 및 불기소처분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때로부터 5년이 훨씬 경과한 2017. 3. 29.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모두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2017. 1. 25. X에 대한 대법원의 살인죄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고, 수사 및 기소, 피해자 구조의 책임이 있는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핀다.

 

(1)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시효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205341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73957 판결 등 참조).

 

(2) 원고들을 비롯한 망인의 유족들은 Y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직후 검찰청에 수차례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망인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 진행을 거듭 요청한 사실, 망인의 유족들이 1998. 11. 7.X을 살인혐의로 고소하려고 하였지만 검찰청 민원실에서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거론하면서 고소장 접수를 거절하였고, 1998. 11. 9. 망인의 유족들이 언론사 기자들의 도움을 받아 재차 고소장을 접수하려고 하자 그제야 담당검사가 직접 내려와서 고소장을 접수하였던 사실, 망인 살인사건의 담당검사는 1999. 10. 10.경 망인의 유족을 면담하고 1999. 12.경 유족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당시 X이 이미 미합중국으로 출국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X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였던 사실, 망인의 유족들은 1999. 12.경 수사기관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하여 X의 출국사실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 후로도 10년 이상 계속하여 수사기관에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의 진행을 요청하거나 진행상황을 문의하였지만, 수사기관으로부터 그에 관한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X2015. 9. 23.에야 대한민국으로 송환되어 그에 대한 살인죄의 유죄판결이 2017. 1. 25.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3) 살피건대, 이 사건과 같은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은 수사지휘권과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을 통하여 사건의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수사기관으로부터 얻게 된 정보와 수사기관의 판단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수사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위법행위에 있어서는 수사기관 스스로가 그와 관련된 정보 모두를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하거나 혹은 스스로 철저한 조사를 벌여 어떠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보유한 자료 내지 정보에 관하여 접근할 방법이 없는 피해자의 유족들이 수사기관 내부에서 발생한 위법한 행위를 명확하게 인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들은 Y에 대한 무죄판결이 선고된 이후로 10년 이상 계속하여 수사기관에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간절히 요구하고 수사 진행 상황을 문의하였으나, 그에 대한 응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 측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면서 망인의 유족들의 권리인 고소장 접수를 막으려는 태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유족들에게 제공한 X의 출국여부에 관한 정보는 사실에 기초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나아가, 원고들은 수사기관의 위법한 수사 및 불기소처분이 있었던 당시에 현출되었던 자료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사정들로 인하여 수사기관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보면, X에 대한 형사재판이 확정되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상이 완전하게 규명될 때까지는 원고들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원고들의 권리 행사가 불가능했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해소된 X에 대한 살인죄의 판결이 확정된 날인 2017. 1. 25.부터 기산하여 시효기간 내인 2017. 3. 29.에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 위자료 인정금액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이 사건은 XY 이외의 자가 개입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망인은 두 사람의 공모에 의하거나 적어도 둘 중 한명에 의하여 살해되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처음 수사, 기소함에 있어 충분한 증거수집 및 정확한 사실인정에 만전을 기하지 못하여 애초 가해자로 기소된 Y는 무죄로 석방되고 진범인 X이 미국으로 출국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있으나 처벌받는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너무도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하였다.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잘못에 따라서 망인 살인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20년 가까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고, 이는 당초 수사검사가 X의 진술을 만연히 신뢰한 나머지 위법한 수사 및 불기소처분을 하였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만으로도 망인의 유족들이 오랜 기간 헤아릴 수 없는 큰 고통을 받았음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 더욱이 망인의 유족들은 10년 이상 검찰에 적정한 조사를 요구하고 사건의 진행상황을 문의하기도 하였으나, 검찰 측에서는 고소장의 접수를 거절하려는 태도를 보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피해자 유족으로서의 적정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여 그로 인한 원고들의 고통이 가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던 망인의 유족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변호사, 사설기관 등을 통하여 스스로 이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언론사나 시민사회의 도움을 얻는데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망인의 유족들은 그에 소요되는 비용 마련을 위해 거주하던 주택까지 매각하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망인의 모친인 원고 B는 이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20년 전에 초동수사 담당 검사가 수사 및 기소를 잘못해서 일이 꼬이고 살인범들이 다 나오고 피해는 우리 망인, 우리 가족들이 입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금전적으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범인 놈들도 나쁘지만, 또한 검사도 우리한테는 범인 못지않게 잘못했습니다.”

 

집을 팔아서 서명을 받고 변호사 비용을 내고 돌아다니는 비용으로 쓰고 그것도 모자라 큰딸 전세금, 딸들 퇴직금 온 식구가 재수사해서 범인 밝히는 데에만 힘쓰고 21년째 버티고 살았습니다. 검사 한 사람의 잘못으로 아들 죽은 피해자 가족한테 21년째 이 고통을 주어야 됩니까. 법이라는 것이 이렇게 억울한 사람한테 잔인하고 이렇게 혜택을 못 받게 합니까. 검사도 공무원인데 검사가 잘못하면 국가가 보상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위와 같은 사정들을 비롯하여 망인의 유족들인 원고들이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 현재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도 아울러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아래와 같이 정한다.

 

원고 A, B : 150,000,000

 

원고 C, D, E : 20,000,000

 

. 지연손해금 기산일

 

이 사건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하므로 이 사건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본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38325 판결 등 참조).

 

.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150,000,000, 원고 C, D, E에게 각 2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8. 6. 2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8. 7. 2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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