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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받은 형의 산입]‘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규정인 형법 제7조의 취지 / 형법 제7조에서 정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의 의미 및 형사사건으로 외국 법원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미결구금된 사람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미결구금 기간이 형법 제7조에 의한 산입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전원합의체 판결 살인(외국에서의 미결구금에 대해 형법 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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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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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받은 형의 산입]‘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규정인 형법 제7조의 취지 / 형법 제7조에서 정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의 의미 및 형사사건으로 외국 법원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미결구금된 사람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미결구금 기간이 형법 제7조에 의한 산입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전원합의체 판결 살인(외국에서의 미결구금에 대해 형법 제7조의 적용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규정인 형법 제7조의 취지 / 형법 제7조에서 정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의 의미 및 형사사건으로 외국 법원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미결구금된 사람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와 그 미결구금 기간이 형법 제7조에 의한 산입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미결구금일수를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그가 국내에서 같은 행위로 인하여 선고받는 형에 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외국에서 살인죄를 범하였다가 무죄 취지의 재판을 받고 석방된 후 국내에서 다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게 되자 자신이 외국에서 미결 상태로 구금된 5년여의 기간에 대하여도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규정인 형법 제7조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항소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 형법 제7조의 적용 대상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형법 제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형사판결은 국가주권의 일부분인 형벌권 행사에 기초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외국에서 형사처벌을 과하는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외국 판결은 우리나라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기판력도 없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동일한 행위에 관하여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라 다시 처벌받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이란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하여 자유형이나 벌금형 등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제로 집행된 사람’을 말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으로 외국 법원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설령 그가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미결구금되었더라도 이를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이 실제로 집행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 미결구금 기간은 형법 제7조에 의한 산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나) 미결구금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금하는 강제처분이어서 형의 집행은 아니지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점이 자유형과 유사하기 때문에, 형법 제57조 제1항은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은, 국내에서의 형벌권 행사가 외국에서의 형사절차와는 별개의 것인 만큼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른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진 강제처분으로 볼 수 없고, 유죄판결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어서 해당 국가의 형사보상제도에 따라 구금 기간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구제받을 성질의 것에 불과하다. 또한 형사절차에서 미결구금이 이루어지는 목적, 미결구금의 집행 방법 및 피구금자에 대한 처우, 미결구금에 대한 법률적 취급 등이 국가별로 다양하여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으로 인해 피고인이 받는 신체적 자유 박탈에 따른 불이익의 양상과 정도를 국내에서의 미결구금이나 형의 집행과 효과 면에서 서로 같거나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외국에서 이루어진 미결구금을 형법 제57조 제1항에서 규정한 ‘본형에 당연히 산입되는 미결구금’과 같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미결구금이 자유 박탈이라는 효과 면에서 형의 집행과 일부 유사하다는 점만을 근거로,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것이 아니라 단지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미결구금일수를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그가 국내에서 같은 행위로 인하여 선고받는 형에 산입하여야 한다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다) 한편 양형의 조건에 관하여 규정한 형법 제51조의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하고, 이는 열거적인 것이 아니라 예시적인 것이다. 피고인이 외국에서 기소되어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다시 그 행위로 국내에서 처벌받는 경우, 공판 과정에서 외국에서의 미결구금 사실이 밝혀진다면, 양형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함께 그 미결구금의 원인이 된 사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정도, 미결구금 기간, 해당 국가에서 이루어진 미결구금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 등을 적용하고, 나아가 이를 양형의 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참작하여 최종의 선고형을 정함으로써 적정한 양형을 통해 피고인의 미결구금에 따른 불이익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을 확정된 형의 집행 단계에서 전부 또는 일부 산입한다면 이는 위 미결구금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형을 정함을 전제로 하므로, 오히려 위와 같이 미결구금을 양형 단계에서 반영하여 그에 상응한 적절한 형으로 선고하는 것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의 반대의견] 형법 제7조의 문언상 외국에서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위 법조를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지만, 유추적용을 통하여 그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이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다시 국내에서 같은 행위로 기소되어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의하여 처벌받을 때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 그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함으로써 형벌권의 행사를 정당한 한도 내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보는 것이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또한 형법 제7조의 입법 취지는 국내외에서의 실질적 이중처벌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완화함으로써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에서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받은 피고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형법 제7조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을 때는 그 입법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이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을 긍정할 필요가 있다.
(나)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서는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일수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할 수 없으므로, 위 조항과 형법 제7조에 공통적으로 담긴 인권 보호의 정신을 살려 외국에서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이 집행된 피고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도 다시 같은 행위로 국내에서 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다만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 본형에 산입되는 국내에서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는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강제처분기간에 한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이므로, 이러한 해석과의 균형을 위하여,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으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할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은 외국에서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에 한정하여야 한다.
(다) 현행 법 체계에 비추어 보면, 판결확정 전의 구금은 형의 내용을 정할 때, 즉 양형 단계에서가 아니라 형의 집행 단계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다. 외국에서의 미결구금 역시 판결확정 전의 구금에 해당하고, 나아가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이 외국에서의 형 집행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외국에서 미결구금된 경우 이를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것보다는 형의 집행 문제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는 것이 현행 법 체계에 부합하고 일관된다.
국내외에서의 이중 처벌에 따른 피고인의 불이익을 완화시킨다는 형법 제7조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기 위하여는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을 양형인자의 하나로 보아 법관의 양형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에 의한 방식이 더 타당하다.
(라) 외국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형이 집행된 경우에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직접 산입해 줌으로써 형기를 단축시켜 주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취급해 주는 반면에, 외국에서 무죄판결로 사건이 종결되었을 경우에는 외국에서 형사보상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거나 형사보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애초부터 그 무죄판결 이전의 미결구금을 형법 제7조에 의한 형 산입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인이 필리핀에서 살인죄를 범하였다가 무죄 취지의 재판을 받고 석방된 후 국내에서 다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게 되자 자신이 필리핀에서 미결 상태로 구금된 5년여의 기간에 대하여도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규정인 형법 제7조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항소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 형법 제7조의 적용 대상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37조 제2항, 구 형법(2016. 12. 20. 법률 제14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구 형법(2014. 12. 30. 법률 제12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제1항, 형법 제7조, 제51조, 제53조, 제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제482조
[2] 형법 제7조, 제51조, 제250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2366 판결(공1983, 1793), 대법원 1999. 4. 15. 선고 99도357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84),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606 판결(공2003상, 864),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822 판결(공2005하, 1912),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아모스 담당변호사 황승규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4. 21. 선고 2016노367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형법 제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형사판결은 국가주권의 일부분인 형벌권 행사에 기초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외국에서 형사처벌을 과하는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외국 판결은 우리나라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기판력도 없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2366 판결 참조), 피고인이 동일한 행위에 관하여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라 다시 처벌받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이란 그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하여 자유형이나 벌금형 등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제로 집행된 사람’을 말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으로 외국 법원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설령 그가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미결구금되었더라도 이를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이 실제로 집행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 미결구금 기간은 형법 제7조에 의한 산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나. 미결구금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금하는 강제처분이어서 형의 집행은 아니지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점이 자유형과 유사하기 때문에(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606 판결 참조), 형법 제57조 제1항은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은, 국내에서의 형벌권 행사가 외국에서의 형사절차와는 별개의 것인 만큼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른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진 강제처분으로 볼 수 없고, 유죄판결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어서 해당 국가의 형사보상제도에 따라 그 구금 기간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구제받을 성질의 것에 불과하다. 또한 형사절차에서 미결구금이 이루어지는 목적, 미결구금의 집행 방법 및 피구금자에 대한 처우, 미결구금에 대한 법률적 취급 등이 국가별로 다양하여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으로 인해 피고인이 받는 신체적 자유 박탈에 따른 불이익의 양상과 정도를 국내에서의 미결구금이나 형의 집행과 그 효과 면에서 서로 같거나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외국에서 이루어진 미결구금을 형법 제57조 제1항에서 규정한 ‘본형에 당연히 산입되는 미결구금’과 같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미결구금이 자유 박탈이라는 효과 면에서 형의 집행과 일부 유사하다는 점만을 근거로,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것이 아니라 단지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미결구금일수를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그가 국내에서 같은 행위로 인하여 선고받는 형에 산입하여야 한다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다. 한편 양형의 조건에 관하여 규정한 형법 제51조의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하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참조), 이는 열거적인 것이 아니라 예시적인 것이다. 피고인이 외국에서 기소되어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다시 그 행위로 국내에서 처벌받는 경우, 공판 과정에서 외국에서의 미결구금 사실이 밝혀진다면, 양형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함께 그 미결구금의 원인이 된 사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정도, 미결구금 기간, 해당 국가에서 이루어진 미결구금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 등을 적용하고, 나아가 이를 양형의 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참작하여 최종의 선고형을 정함으로써 적정한 양형을 통해 피고인의 미결구금에 따른 불이익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을 확정된 형의 집행 단계에서 전부 또는 일부 산입한다면 이는 위 미결구금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형을 정함을 전제로 하므로, 오히려 위와 같이 미결구금을 양형 단계에서 반영하여 그에 상응한 적절한 형으로 선고하는 것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필리핀에서 살인죄를 범하였다가 무죄 취지의 재판을 받고 석방된 피고인이 현지에서 미결 상태로 구금된 5년여의 기간에 대하여도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 규정인 형법 제7조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법 제7조의 적용 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0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한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의 요지는, 형법 제7조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을 뿐 형이 집행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 제7조를 적용하거나 유추적용할 수 없고, 이러한 사유를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 중 하나로 보아 형의 양정에 반영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법 제7조의 문언상 외국에서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위 법조를 직접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지만, 유추적용을 통하여 그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적법절차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형벌권의 실현 절차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 원리인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하면, 형사소송절차에서 신체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법률에 따른 형벌권의 행사라 하더라도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그 적정성과 합헌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2009. 6. 25. 선고 2007헌바2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후 다시 국내에서 같은 행위로 기소되어 재판받아 형이 선고될 처지에 놓인 피고인에게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 외국에서 이루어진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할 것인지 여부는 결국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던 피고인을 국내에서 처벌하는 경우 적정한 형벌권의 행사 범위를 정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형벌권의 행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정당한 한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피고인이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다시 국내에서 같은 행위로 기소되어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의하여 처벌받을 때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 그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함으로써 형벌권의 행사를 정당한 한도 내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보는 것이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또한 앞서 보았듯이 형법 제7조의 입법 취지는 국내외에서의 실질적 이중처벌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완화함으로써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에서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의 집행을 받은 피고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즉,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피고인에 대하여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동일한 범행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해 주는 주된 이유는 피고인이 외국에서 받은 유죄판결에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아 국내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은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에서 미결구금의 상태로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 역시 그 무죄판결에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아 국내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고, 실제 동일한 행위로 국내에서 형을 선고받게 되었다면 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과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며, 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는지 무죄판결을 받았는지에 따라 피고인 사이에 차별을 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도 형법 제7조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을 때는 그 입법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을 긍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에 속한 독일형법이 제51조 제3항에서 외국에서 당한 형의 집행은 물론, 일체의 자유 박탈적 미결구금에 대하여는 유·무죄 여부를 불문하고 그 전부를 형에 직접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음도 참고할 만하다.
(2)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미결구금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금하는 강제처분이어서 형의 집행은 아니지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점에서 형의 집행과 유사하다. 나아가 미결구금 상태에서 겪게 되는 긴장이나 불안을 감안하면 미결구금이 유죄판결에 기한 형의 집행보다 완화된 구금이라 보기도 어렵다. 결국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은 판결선고 전과 후라는 차이가 있을 뿐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국내 재판에서 형을 선고받는 피고인이 동일한 범행으로 인하여 이미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 역시 같은 이유로 외국에서의 형 집행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따라서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을 위한 전제로서 외국에서의 미결구금과 외국에서의 형 집행 사이의 유사성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서는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일수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할 수 없으므로, 위 조항과 형법 제7조에 공통적으로 담긴 인권 보호의 정신을 살려 외국에서 유죄판결에 의하여 형이 집행된 피고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도 다시 같은 행위로 국내에서 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다만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 본형에 산입되는 국내에서의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는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강제처분기간에 한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이므로(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606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82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해석과의 균형을 위하여,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으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할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은 외국에서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에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
(3)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외국에서 기소되어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다시 그 행위로 국내에서 처벌받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할 필요 없이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유리한 양형인자로 참작하거나 작량감경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 형법(2014. 12. 30. 법률 제12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제1항이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의 내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형의 집행에 관한 것이라 보았고(대법원 1999. 4. 15. 선고 99도3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판결선고 후 확정 전 구금일수의 본형 산입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82조는 ‘재판의 집행’ 편에 규정되어 있어 형의 집행에 관한 것임이 명백하다. 또한 형법 제7조도 동일한 범죄로 외국에서 이미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경우 종래 이를 국내에서 선고될 형의 임의적 감면사유로 규정하여 양형 사유로서만 참작해 주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되는 형에 산입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형의 집행에 관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현행 법 체계에 비추어 보면, 판결확정 전의 구금은 형의 내용을 정할 때, 즉 양형 단계에서가 아니라 형의 집행 단계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라 할 수 있다. 외국에서의 미결구금 역시 판결확정 전의 구금에 해당하고, 나아가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이 외국에서의 형 집행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외국에서 미결구금된 경우 이를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것보다는 형의 집행 문제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는 것이 현행 법 체계에 부합하고 일관된다.
또한 다수의견과 같이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을 양형 단계에서 반영한다면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에 대한 반영 여부와 범위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피고인의 인권 보호에 미흡할 수 있다. 반면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을 허용한다면 선고형이 결정된 후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일수 중 형기에 산입될 부분을 판결의 주문에 명확히 특정하여 기재하게 되므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거의 없다. 결국 국내외에서의 이중 처벌에 따른 피고인의 불이익을 완화시킨다는 형법 제7조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기 위하여는 외국에서의 미결구금을 양형인자의 하나로 보아 법관의 양형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형법 제7조의 유추적용에 의한 방식이 더 타당하다.
(4) 다수의견은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은 해당 국가의 형사보상제도에 따라 그 구금 기간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구제받을 성질의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에 서 있다.
형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의 구금에 대한 권리구제는 개별 법률에서 정한 형사보상제도에 의하도록 함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보편적인 입법 태도이기는 하다. 그러나 유죄판결에 수반된 구금에 대해 선고될 형에의 직접 산입을 인정하면서도 무죄판결에 수반된 구금에 대해 형사보상제도에 의하여 구금일수에 비례한 금전 보상만을 허용하는 것은, 무죄판결이 선고될 경우에는 애초부터 산입의 대상이 될 형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형에 직접 산입하는 방법으로 권리구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무죄판결에 수반된 구금을 유죄판결에 수반된 구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볍게 취급하거나 양자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따라서 형사보상제도의 존재 자체를 무죄판결에 수반한 구금에 대해 피고인에게 보다 유리한 다른 대안적 구제수단을 모색하는 것에 대한 장애사유로 볼 것은 아니다.
특히 무죄판결에 수반된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은 오로지 해당 국가 내에서의 형벌권 행사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서 국가별 입법 태도나 재정 여력 등에 따라 그 절차, 요건, 기준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금전적 보상 결과에서 국가간 작지 아니한 격차가 존재함이 현실이다. 그에 따라 외국에서 보상받은 내역이 국내의 기준과 비교해 보더라도 정당한 보상에는 현저히 미달한 것이어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외국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형이 집행된 경우에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직접 산입해 줌으로써 형기를 단축시켜 주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취급해 주는 반면에, 외국에서 무죄판결로 사건이 종결되었을 경우에는 외국에서 형사보상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거나 형사보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애초부터 그 무죄판결 이전의 미결구금을 형법 제7조에 의한 형 산입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원심판결 및 그 채택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5. 10. 5. 살인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수감된 후 현지 법원에 살인죄로 기소되어 5년 넘게 미결구금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증거불충분 등의 사유로 무죄 취지의 재판을 받고 석방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의 법리에 따라, 비록 피고인이 필리핀에서 유죄판결에 기하여 형의 집행을 받지는 않았지만 필리핀에서 미결구금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았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 미결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형법 제7조가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외국에서 미결구금된 경우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필리핀에서 구금되었던 기간을 이 사건으로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형법 제7조의 적용 요건이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피고인이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은 양형의 단계에서 반영하여 선고형을 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다수의견이고,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형에 산입하여야 한다는 것이 반대의견이다. 미결구금일수 전부를 선고형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는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는 물론,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형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제7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다수의견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가. 2016. 12. 20 법률 제14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법 제7조는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바129 전원재판부 결정).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단지 법정형의 임의적 감면사유로만 정하고 있어,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의한 처벌 시 법관의 재량에 따라 그러한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아니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입법형식은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거나 형의 집행단계에서 필요적으로 산입하여 주는 방법 등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형의 감면 여부를 법관의 재량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개별적인 사건에 따라서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일선 법원에서 개정 전 형법 제7조를 적절히 적용하여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의한 처벌 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외국에서의 형 집행 사실이 필요적으로 반영되는 것과 구체적인 사건의 판결 선고 시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은 피고인의 입장에서 큰 차이가 있다. 설령 구체적인 사건에서 양형 요소로 참작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이 실제로 감안된 것인지, 감안되었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다.
나.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양형 단계에서의 참작사유로만 규정한 개정 전 형법 제7조가 위헌적이라는 이와 같은 지적에 따라, 형법 제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그러므로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을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과 달리 볼 수 없다면, 이와 같이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단지 양형의 참작사유로 삼는 것이 위헌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을 단지 양형의 참작사유로 삼는 것 또한 위헌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 그런데 2014. 12. 30. 법률 제12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형법 제57조 제1항은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규정 중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을 산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므로 그 전부가 산입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헌법재판소 2009. 6. 25. 선고 2007헌바25 전원재판부 결정), 이러한 지적에 따라 형법 제57조 제1항은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라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이는 사실상 미결구금은 형의 집행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개정 전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2)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 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하고, 미결구금 상태에서의 정신적 긴장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고려할 때 미결구금이 확정된 형의 집행보다 완화된 형태의 구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른바 기결수에 비하여 미결수가 교도소 내의 면회횟수의 제한, 이감, 노역 등의 처우에 있어 유리하다는 반론이 있으나, 미결수에 대한 이러한 처우는 무죄추정의 원칙상 인정되는 당연한 것이고, 기결수와의 위와 같은 차이는 기결수에 대한 교도소 내의 처우를 미결수에 맞추어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지, 미결수의 구금을 기결수의 형 집행에 비하여 차등 평가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3) 구속 피고인의 책임으로 부당하게 재판이 지연된 경우에는 재판의 효율성을 위하여 미결구금일수 중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형기에 산입하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형사소송절차상의 사유에 의해 좌우되는 구금기간의 장단을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정확하게 대응시키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4) 미결구금은 무죄추정원칙의 예외적 상태로서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구속 피고인은 구속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불구속 피고인보다 불이익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인데, 나아가 유죄판결 확정 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이 산입된다면 사실상 구금기간이 늘어나게 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자유형을 집행받는 피고인에 비하여 다시 한번 불리한 차별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라. 이처럼 미결구금을 형의 집행과 달리 취급할 수 없다면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 역시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과 달리 취급하여서는 안 된다. 결국 피고인이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에 관하여는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인 형법 제7조를 유추적용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의 경우에도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의 경우에도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다수의견과 같이 외국에서 당한 미결구금은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과 달리 취급할 수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둘 사이에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지가 먼저 논증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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